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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回錦織 緻妻思 (문회금직치처사) 緻(촘촘히 꿰메다)
斷絶恩情不學癡 (단절은정불학치) 癡(어리석다. 미련하다.)
雲雨塞歎終有別 (운우새탄종유별) 雲雨: 구름과 비. 즉 암울한 세상
分時怒問任猜疑 (분시노문임시의) (猜疑) 괜히 의심하다.
곱게 짠 비단에 부인의 생각이 촘촘히 적혔구료.
사랑이 단절되었다고 어리석은 일은 배우지 않는다오.
암울한 세상에 막혀 탄식하다 끝내 이별을 택하였지만
헤어질 때 화내어 물으면서 괜한 의심을 했던 것 같소.
이글을 번역하신분은 성균관 박사이신 이주형선생님입니다.
1919년 경성의학전문학교 재학당시 삼일운동에 가담했던 이미륵은 잔인무도한 왜경의추적을 피해 고향(해주)을 떠났다. 그 후 상해로 망명, 1920년에는 마침내 독일 땅에 도착한다. 고향에는 사랑하는 모친과 부인, 그리고 자녀들이 있었다. 그가 독일 땅에서 타계한 1950년까지 30년 간 가족들과는 간간히 서신 왕래만 있었을 뿐, 서로 목소리를 들어 보지도 못하고 상봉의 기회는 없었다.
날이면 날마다 고향을 그리면서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지난 후 발신 일자를 확인할 수 없는 이미륵의 한시(漢詩) 한 수(首)가 최문호 여사에게 배달된다.
뮌헨의 Wehrlestrasse 30번지에 살다가 알고이 지방의 Vorderhindelang에 살았던 옷토 자일러(독지가인 자일러 교수의 아들)에게 자신의 집 다락방에 있다는 유품들을 찾아봐 달라고 - 정규화가 - 몇 차례 부탁한 바 있다. 그 이유는 1968년 4월 초, 만났을 때 옷토 자일러씨로부터 자기의 집에 무슨 종이뭉치가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시간이흘러, 1973년 4월 10일 옷토 자일러가 이 자료들을 들고 뮌헨에 살았던 정규화를 찾아 와 전달했다.
그 중에 부인 최문호 여사에게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한시(漢詩)가 있어 여기에 번역, 소개한다. 초안의 원본은 다른 문헌들과 함께 국립중앙도서관 (2층) 자료실에 전시되고 있다.
댓글 9
- a
rang
2009.02.18 00:49
- a
정선혜
2009.02.18 01:27
이미륵의 책<언년이>를 보면 그 이유가 추정된다고 봅니다. <언년이>가 서방님과 헤어진 이유... 그건 너무도 순박했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첫사랑이던 서방 입장에서는 화가 나 의심하게 될 듯 합니다. 하물며 외골수이던 미륵의 입장에서... - a
rang
2009.02.18 20:20
언년이가 아니라 <무던이>를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 관련시키기 어려운 맥락입니다. <무던이>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가난한 소작농이자 과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무던이는 지주댁 아들 우물(이미륵)을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나이가 들자 결국 착하고 성실한 서민인 일봉에게 시집을 가지요. 어느날 밤 자신을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에게 실수로 우물에 대한 (옛) 사랑을 발설하는 바람에 남편은 상심하여 집을 나가버립니다. 남편과 시댁에 대한 미안함과 우물에 대한 끊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무던이는 결국 물에 빠져 죽지요. 이게 비극적인 단편 소설 <무던이>의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여기서 일봉이 무던이에게 화내며 따졌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물론 소설에는 화냈다는 말은 없음)이미륵이 부인에게 보냈다는 한시의 마지막 구절을 일봉과 무던이의 관계에 빗대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이미륵을 일봉과 연결시킬 수 없는 것은, 실제로 높은 양반에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이미륵은 우물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륵의 부인 최문호는 신분이 같은 양반으로 결혼을 하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집안이라 양가 부모님들이 서로 결정해서 한 결혼이었고요. 이미륵이 쓴 한시 편지와 무던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봅니다.
사실 20세의 이미륵이 아이 둘 딸린 부인을 두고 도망쳐 오는 주제에 화내며 물을 일이 뭐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부인을 30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으면서 새삼스레 편지를 통해 옛날에 화내고 물었던 것이 괜한 짓이었다고 고백한다는 게, 뭔가 아구가 맞지 않다는 거지요.
- a
강화도령
2009.02.18 03:51
귀한 편지 잘 보았습니다. - a
sangwoon
2009.02.20 18:27
암울한 세상에 막혀 탄식하다 끝내 이별을 택하였지만헤어질 때 화내어 물으면서 괜한 의심을 했던 것 같소.
한시를 읽고나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특히 이부분이...
저도 마지막 구절의 해석이 좀 이해가 되질않네요. 화내어 물으며 의심한 주체가 누구인지요?
전 문득 이런 생각이 했어요. 이미륵님이 장남으로서 혹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가족과 끝내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남겨진 어머님과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이제 홀로 어머님을 모시고 자녀를 키워야하는 아내에게 다짐 혹은 당부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세월이 지난 뒤 생각해보니 헤어질때 좀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괜한 의심을 하신것이 맘에 걸린듯 싶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 a
rang
2009.02.21 12:37
그럴듯한 해석이지만 좀 무리한 상상이 아닐까요?
가족을 두고 떠나는 마당에 아내에게 하는 당부가 미안함, 안타까움, 연민 같은 것이라면 몰라도
분노, 물음, 의심 같은 것이라면 이미륵의 인격이 의심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이미륵이 장남의 의무나 부담 같은 것을 느꼈다는 말은 그의 글 어디에도 못 봤습니다.
사실 이미륵은 늦둥이 외동 아들로 위로 부모들과 누나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랐지요. 당시 상황은 그가 어머니나 가족을 걱정한 것보다는 가족이 그를 걱정한 것이 훨씬 강했던
구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헤어질 때'로 번역한 '분시'라는 말이 반드시 과거를 말하는지 의문입니다.
이걸 현재시재나 일반적 상황으로 로 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애요.
"헤어지는 마당에 화내고 묻고 의심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이는 아내가 편지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미륵에게 처자식이 있는데 왜 돌아오지
않느냐고 분노하고 다른 여자가 있느냐고 의심하는 투의 글을 썼다고 가정하면
(자식을 둘이나 둔 여자로서 충분히 그럴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하지요.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이미륵은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죽음을 앞둔 후반의 상황이라면 영원한 이별을 말할 수도 있고) 그런 감정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는 회한의 심정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물론 이것은 최문호의 편지를 못 본 이상 또 하나의 상상이지만요.
- a
song
2009.02.21 14:23
分時怒問任猜疑 (분시노문임시의)
마지막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이렇게 다르네요.
부인의 편지를 보지 못한 이상 이미륵이 헤어질때 부인에게 왜 화내어 물었고.
무슨 의심을 했다는 것인지..(주체가 이미륵이든 부인이든)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번역하신 분의 한시를 그대로 해석하자니 여러가지 상상과 그냥 추측만 될 뿐이네요.
또 달리 해석을 해보니 (암울한 세상에 막혀 이별을 할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이제와서 화내어
묻고 의심한들 무슨 소용 있나요.)
이미륵이 좀 냉정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하네요. 만약 죽음을 앞두고 부인에게 쓴 편지라면
이것이 지난날에 대한 회환, 아님 영원한 이별을 알리는 편지..그래도 역시 좀 냉정해 보입니다. 부인에게는
좀 섭섭한 말이 됐을지도...
압록강은 흐른다 드라마를 봤는데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미륵 부인이 불쌍했어요.
요즘 세상이라면 정말 이해 못할 일이죠. 30년동안 떨어져 산 남편을 매일 대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다니요..
고향을 내내 그리워한 이미륵 보다도 남겨진 부인과 아이들의 고생이 더 심했겠죠.
드라마 상으로 봤을때는 이미륵은 독일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생을 마쳤으니 그래도 좀 덜 외로웠을
듯 합니다. 특히 에바크라프트가 마지막까지 돌보아 주었으니까요.. 해방된 조국으로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번도
돌아 오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미륵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니 그냥 제 생각일 뿐입니다. - a
rang
2009.02.21 21:56
이미륵의 생애 자체가 극히 일부만 알려져 있지만 특히 여자관계는 미스터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복잡하다는 말이 아니라 흔적이 너무 없다는 뜻입니다. 20세에 부인을 떠나 온 이후 죽을 때까지 주고받은 편지가 위의 한시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요. 이미륵의 책, 에세이, 편지 등(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에도 부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20세 까지의 생애를 요약한 <압록강>에도 부인이나 애들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독일의 많은 지인들은 이미륵이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커녕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었지요. 드라마에는 부인 최문호가 30년을 일편단심으로 기다린 것으로 되어있지만 사실로 확인 된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니까 얼마든지 가정해 볼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요.독일에서도 30년을 보내면서 주변에 독일 여자들이 몇 명 있었지만 남녀로 내밀하게 지낸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이미륵의 글 속에 그런 표현이 전혀 없고 연애편지 같은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바 크라프트를 이미륵의 애인 정도로 이해하지만 본인이 철저히 부정했다고 합니다. 사제관계 이상은 아니었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이미륵이 그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표현한 자료가 있느냐, 하나도 없어요. 말하자면 남자로서 이미륵은 하나의 공백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자료가 나타나기 까지는.
- a
뚱띠
2010.05.28 20:31
헤어지면서 담담해 하는 부인에게 ...어찌 그리 담담하고 ...나를 잡거나 따라오려 하지않는가..투정하신건 아닐까요? ..아주 단순한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가 못돌아 오면 ...또 다른 인생을 시작 할테요? ..물어보니 ..대답이 없으셨겠지요..그래서猜疑 하셨겠지요 이것 또한 단순한 제 생각입니다. 단순한 시점에 연가 로 보면 그렇단 겁니다...하지만 단순한 연가가 아닐시에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요..무식하지만 몇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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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언제 쓰여져 언제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마지막 구절이 (번역이)
좀 애매한 것 같네요.
헤어질 때 화내어 물으면서 괜한 의심을 했던 것 같소.
'화내어 물으며 의심한' 주체가 이미륵인지 이미륵의 부인인지?
시의 화자가 이미륵이므로 '화내고 의심한' 사람은 이미륵으로 읽혀지지만
국경을 넘어 헤어지는 이미륵이 뭐 때문에 뒤에 남는 부인에게 화를 내고 의심을 했다는 건지?
위 구절이 만약 부인이 떠나는 이미륵을 두고 화내고 의심한 것이라면 이미륵은
왜 긴 세월이 지난 뒤 그걸 꺼내 회상하며 괜한 짓이었다고 쓰고 있을까요?